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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4-03 16:59
6월의 편지

“불일의 뜰에는 지금 태산목 꽃이 한창입니다”   

 

  이 글은 1991년 법정스님께서 정각스님에게 보낸 편지 글입니다. 법정스님의 입적에 즈음해 스님의 평소 자취를 되새기고자 하는 마음에 이를 실어 둡니다. 글 가운데 법정스님의 소박한 일상과, 자연과 함께한 삶의 모습이 투영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정각스님 에게

  편지와 단상(斷想) 반갑게 받아 보았습니다. 45도의 더위 속에 고생이 많으리라 믿습니다. 그와 같은 더위와 견디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인도의 사상(思想)과 불교가 움을 터 세계의 종교와 사상으로 널리 보편화 됐다는 사실에 유념하면서 거듭거듭 태어나기 바랍니다.

  재작년 겨울 인도 대륙을 여행하면서 겪고 느낀 일인데, 어려운 일에 마주칠 때마다 그 옛날 현장법사(玄奘法師)나 우리 혜초(慧超)스님들의 구법행각(求法行脚)에 견주면 그래도 오늘 우리가 겪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닐 거라는 생각이 많은 위로를 주었습니다.

  아무쪼록 초지(初志)를 굽히지 말고 하루하루 이겨가면서 그 속에서 새로운 탄생이 있기를 빕니다.

  소용되는 것 있으면 연락하시오. 구해서 보내줄 테니.

  나도 언젠가 다시 인도에 가서 지난번 미진했던 일들 앞에 마주서고 싶습니다.

  인도는 우리들 영혼의 고향(故鄕)입니다. 인도의 그 광활한 대지와 느슨함과 가난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이곳은 곧 장마가 올 거라는 예보입니다. 아궁이에 물 퍼낼 일이 걱정입니다.

  불일(佛日)의 뜰에는 요즘 태산목 꽃이 한창입니다. 가는 곳마다 눈이 부시게 피어 있던 그곳 부견빌리아가 눈에 선합니다.

  갠지스에, 녹야원에, 그리고 그 혼잡하고 먼지 투성인 바라나시 거리에 안부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곳 녹야원 곁의 중화불사(中華佛寺), 中國절 스님들께도 안부를 전합니다.

  부디 건강하고, 더위에 지지 마십시오.

                                       불일암(佛日庵)에서 합장(合掌)

                                                    91.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