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섣달은 납월(臘月)이라 하며, 섣달 그믐날은 납일(臘日)이라 불린다. 납(臘)은 ‘승려의 한 해’를 뜻하는 말로, 승가의 한해가 마무리됨을 뜻한다. 이날 종루(鐘樓) 대로(大路)에서는 제야(除夜)의 종 울려 퍼지고 인간 염원 담은 33번 종소리는 도리천 33천을 울린다. A-U-M(옴)…


  이날 사람들은 잠을 자지 않는다. 집안 곳곳에 등을 밝히고, 이날 잠들면 눈썹이 희어진다 말한다. 이날을 지새움은 경신일(庚申日) 풍습이 이어져온 것으로 민속에서는 이를 수경신(守庚申) 또는 수세(守歲)라 칭한다. 이날 불자들은 “옴 아모카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 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를타야 훔(Oṃ amogha vairucana mahāmudrā maṇi padme jvala pravardaya hūṃ)”이란 광명진언(光明眞言)을 외우며 밤을 지새운다.


  광명진언은 불공대관정광진언 내지 광언(光言)이라 칭하는 대일여래의 진언을 말한다. <불공견색비로자나불대관정광명진언경>에 소개된 것으로 다음 내용을 갖는다. “아[唵, oṃ]! 불공견색[阿謨伽, amogha] 비로자나[尾盧左曩, vairucana](不空羂索毘盧遮那佛)시여, 대인(大印; 智拳印의 手印: 摩訶母捺囉, mahāmudrā)으로서 마니보주(麽抳, maṇi, 如意寶)와 연꽃(鉢頭麽, padme), 광명(入嚩扌羅, jvala) 생겨나(鉢囉革蔑野, pravardaya, 發生), (탐⋅진⋅치 삼독을) 파괴(吽, hūṃ)케 하여 지이다.”


  즉 불공견색 대일여래(大日如來)의 대인(大印)으로 말미암아 보주(寶珠)⋅연화(蓮華)⋅광명(光明)의 공덕 생겨나, 대위신력으로 무명 번뇌를 비추어 파괴하고자 하는 염원을 되뇌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열양세시기>에 의하면 “승려들은 제석(除夕)날 자정이 되면 마을 인가에 내려와 ‘제(祭) 올릴 쌀을 주시오’ 하고 시주(施主)를 구한다. 이 소리 들은 사람들은 수세(守歲)하느라 모여 깊어가는 밤을 모르고 있다가 승려의 외치는 소리를 듣고서야 ‘벌써 새해가 되었군’ 한다” 하였다.


  이렇게 새해는 찾아들고 골목골목 누비며 외쳤던 복조리 장수. 한해의 복 가득 담고자 사람들은 문설주에 복조리를 내어 건다. 그리고 아이들은 노래한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제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이처럼 승려의 한 해 납일은 가고, 광명진언과 시주의 외침, 복조리 장수의 분주함 속에 새아침 밝아온다.


[불교신문 2881호/ 2013년 1월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