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깨침의 정황 향해야

깨달음 세계 머물 수 있어

 

  성도일은 불교 4대 명절 중 하나이다. 이 중 출가일을 제외한 탄생일(음력 4월8일).성도일(음력 12월8일).열반일(음력 2월15일)을 ‘삼불기일(三佛忌日)’이라 칭했던 바, 여기서 성도일의 중요성은 한층 부각된다. <칙수백장청규>에서는 성도일을 납월팔일(臘月八日), 즉 12월8일이라 적고 있다. <장아함경> 내지 <불조통기>에서는 성도일을 2월8일이라 기록하나, 송대(宋代)의 고승 찬녕(贊寧)이 <대송승사략> 중 “2월8일은 주(周)나라 2월로, 송(宋)의 12월에 해당한다”는 설에 의거해 그 날짜가 변이된 것이다.


  성도일은 부처님 성도(成道), 즉 깨달음의 의미를 돌이키는 가운데 행자(行者) 스스로가 깨달음의 의지를 다짐하는 날이다. 깨달음의 의미를 강조하는 까닭에 성도일은 성도재일(成道齋日)이라 불리며, 이날 행사를 성도재산림(成道齋山林)이라 칭한다. 여기서 ‘재(齋)’란 지계(持戒)를 통한 몸과 마음의 닦음을 뜻한다.


  각 총림에서는 부처님 깨달음의 의미를 되새기는 가운데 음력 12월 초하루 새벽부터 8일 먼동이 떠오를 때까지의 7일을 일야(一夜)로 정한 채, 평소의 수행에 더한 가행정진을 행한다. 일주일간 철야(徹夜) 참선의 정진과 성도일 당일의 법회. 이에는 깨달음을 성취해 생사고해를 벗어나 열반의 세계로 향하기를 기원하는 염원이 내재해 있다.

한국불교에서는 고래로 성도일 전날 성도재산림식(成道齋山林式)을 거행하였다. <석문의범> ‘성도재산림식’에 따르면, 성도일 전날 해 저물 무렵 ①모게송(暮偈頌)과 ②송자(頌子)의 게(偈), ③참회게, ④참회진언, ⑤영산회상.화엄회상.연지미타회상의 불보살에 대한 귀의를 행한 후, ⑥참선(參禪)을 행하였다.


  이어 성도일 새벽에 이르러 ⑦조게송(朝偈頌)과 ⑧송자의 게, ⑨성도의 의지를 다지는 입지게(立志偈), ⑩삼보에 대한 귀명(歸命), ⑪참회진언, ⑫영산회상 불보살에 귀의를 행한 후, ⑬벽을 바라본 채 입산게(入山偈)와 송자의 게를 외웠다.


  또한 ⑭염불게와 아미타불 십념(十念)을 행한 후 ⑮출산게(出山偈) 및 송자의 게를 외웠던 바, 이는 참선과 염불에 의지한 채 성불에의 원력을 실천코자 함을 상징한 예라 하겠다. 이어 십바라밀정진도(十波羅密精進圖)에 따른 정진도를 돌고, 법성게를 외우며 법성도(法性圖)를 돎으로서 성도재산림식이 마무리된다.


  위 ‘성도재산림식’은 근세에까지 행해졌던 바, <석문의범>의 편자는 “방 모퉁이에 십바라밀정진도를 그려 놓고 조석으로 정진(精進)을 돌았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한편 가사에 일월상(日月像) 대신 십바라밀정진도가 부착된 조선말 홍가사(紅袈裟)가 전래되기도 하는 바, 성도재산림식 중 ‘십바라밀정진도’를 돌 때 십바라밀정진도가 부착된 가사를 수(垂)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위 산림식과 함께 거행된 성도일의 행사. 참선.염불에 의거한 채 깨달음을 향해 다가가고자 한 의지의 표현. 그런데 여기서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깨달음은 ‘깨침 + 다다름’이란 두 뜻이 복합된 단어이다. 현재의 깨침에 만족하지 말고 또 다른 깨침의 정황을 향해 ‘다다름질’ 치는 노력. 점오점수(漸悟漸修)적 다다름질 가운데 깨달음이 있다면, 또 다른 깨침의 정황을 향하는 노력 가운데 우리는 깨달음의 세계에 머물 수 있을 것이다.


[불교신문 2879호/ 2013년 1월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