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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4-03 16:53
발우공양(鉢盂供養)

발우공양(鉢盂供養)

 

정각스님 | 논설위원.고양 원각사 주지



  승가의 공양에는 발우(鉢盂)가 사용된다. 깨달음을 얻은 후 조(爪)와 우바리(優婆離)라는 상인으로부터 최초의 공양을 받게 된 부처님께 사천왕이 각각 하나씩의 발우를 드렸는데, 부처님께서는 그 4짝의 발우를 하나로 합하신 채 공양을 받으셨다고 한다.


  이런 상징성 속에 발우는 4짝 1벌로 구성된다. 여기에는 평등의 정신이 내재해 있다. 혹 4짝의 발우 외에 다섯 번째 작은 발우가 만들어져 시식(施食)발우라 하는 바, 이는 아귀(餓鬼)를 위한 헌식(獻食)의 용도로 사용되며 이에는 나눔의 정신이 깃들기도 한다.


  발우에 밥을 나누어 담는 절차를 진지(進旨) 내지 행익(行益)이라 한다. 밥의 배분이 끝난 후 가반(加飯)과 손반(損飯)의 차례가 있어 밥의 양이 적거나 많다고 생각될 경우 밥을 덜거나 더 담거나 한다. 이때 대개는 뒷사람이 충분히 먹을 수 있게끔 한 숟가락(匙)씩 밥을 덜게 되는데, 이로써 십시일반(十匙一飯)의 한 사람 분량의 밥이 더 생겨지기도 한다.


  발우공양 때의 게송 오관게(五觀偈)에는 겸허의 마음이 내재해 있다. 즉 “①내 자신 공(功)의 많고 적음을 헤아린 채 이 음식 건네 오게 된 인연을 사량(思量)하며, ②자신 덕행을 헤아려 결함을 온전히 한 채 공양에 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③스스로 마음을 방호하고 과실과 탐욕 등 여읨을 종(宗)으로 삼으며, ④마른 몸 치료하는 약으로 생각한 채, ⑤오직 도업(道業) 성취를 위해 이 음식을 받습니다”는 다섯 내용을 관(觀)해야 함을 말한다.

이에는 음식물을 대하는 수행자의 자기성찰의 자세가 요청된다. 즉 음식이란 진리를 추구하는 수행인의 육체를 최소한 지탱키 위한 약으로, 맛을 탐닉하기 위한 대상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듯 출가인의 식사, 발우공양 속에는 평등과 나눔의 의미가 있고, 그 속에서 수행인은 내면의 겸허를 닦아간다. 이것은 끝없는 인과적 질서의 순리이며, 승가의 역사성(歷史性)을 설명하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발우공양. 우리는 밥 앞에 마주앉으며 그 밥의 연기적(緣起的) 근원을 생각한다. 그것이 발우에 담겨져 오기까지의 연기적 순환, 그리고 그 안에 섞여진 피와 땀. 그 피땀을 생각하며 승려들은 묻는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공덕으로 받기 합당한가?”


[불교신문 2864호/ 2012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