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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4-03 16:43
팔월 풍경

팔월 풍경


정각스님 | 논설위원·고양 원각사 주지

  칠석 지나면 밤새 기운 내려가고, 흰 이슬 맺혀지는 백로(白露)에 접어든다. 그리고 백로 지난 5일 후 초후(初候)가 되면 기러기 날아들고, 또다시 5일 지나 중후(中侯)가 되면 제비는 강남 갈 채비를 한다. 또 5일 지난 말후(末候)에 이르러 뭇 새들은 겨울 위한 먹이를 저장한다.


  새들 뿐만이 아니다. 칠석날 저녁, 바느질 솜씨 위한 걸교(乞巧)의 제사를 마친 아녀자들은 7월 중순부터 겨울을 대비해 옷감을 짓는다. <삼국사기> ‘유리이사금’조는 다음 기록을 전한다.


  “왕이 6부를 정해 두 편으로 만들어, 왕녀 두 사람에게 각 부(部)의 여자들을 거느리게 하였다. 두 패를 만들어 7월16일부터 매일 대부(大部)의 뜰에 모여 길쌈을 하다 밤늦게 파하였으며, 8월15일 그 결과가 많고 적음을 살펴 진편에서는 술과 음식을 마련해 이긴 편에 사례하였다.


  이 때의 노래와 춤, 온갖 유희를 가배(嘉俳)라 했다. 진 편에서 한 여자가 일어나 춤추고 탄식하며 회소회소(會蘇會蘇)라 하니, 소리가 슬프고 아름다워 뒷사람들이 그 소리를 따라 노래를 지어 회소곡(會蘇曲)이라 했다.”


  이제 음력 8월에 접어들면 차가운 달(月)과 마주하는 때. 옛 사람들은 차가운 달 보며, 달 속의 나를 찾기도 하였다. 그리고 달 속에 못 박힌 신비, 항아(姮娥)의 전설 생각하며 ‘계수나무(桂) 한 나무’ 헤아려 보던 밤.


  음력 8월은 계월(桂月)이라 불렸다. 계수나무 달. 청초한 국화 내음 피어옴과 함께 코스모스 마지막 한 잎 떨구고 나면, 우리는 달을 보았다. 달 속에는 유년의 정서 잠겨 있었다. 달뜨면 마음 피어올랐고, 보름달 뜨면 더욱 그러하였다.


  음력 8월 보름은 ‘가위’라 불렸다. ‘가운데’를 뜻하는 경상도 방언 ‘가븐데’에 명사 첨미어가 붙어 ‘가위’란 말이 생겨나, 이는 삼추(三秋) 중 중추(中秋)의 보름을 일컬었다. 또한 가배일(嘉俳日) 내지 추석(秋夕)이라 불렸던 날. 밤이 되면 여인들은 강강술래를 놀았다.


  뜰 가운데 모닥불 피우고 주위를 돌면, 불빛에 상기한 붉은 얼굴 속에 발그레한 기쁨이 발견되었다. 평소 달 보며 울었던 그들, 달과 함께 애환을 같이한 그녀들 슬픔이 기쁨으로 변하는 신비가 추석 달 조화 속에 숨어 있었다.


[불교신문 2848호/ 2012년 9월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