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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4-03 16:36
승소와 객담

승소와 객담


정각스님 | 논설위원·고양 원각사 주지



  삼묵당(三默堂) 중 하나인 승당에서의 발우공양은 엄숙하다 못해 발우에 숟가락 닿는 소리조차 용납되지 않는다. 이런 엄숙함 속에 승가의 점심(點心)은 ‘마음에 점을 찍는 듯한 양의 식사’를 뜻한다. 한편 ‘과거심불가득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이라 했는데, 어느 마음[心]에 점(點)을 찍을 것인가?’ 라는 아이러니컬한 물음은 공양에 대한 승가의 외경을 드러낸 표현이 된다.


  그럼에도 “오늘은 상 공양입니다!” 라는 행자의 전갈은 엄숙함을 해방시켜준다. 평소 발우공양과 달리 상 공양 때에는 평상복으로 공양에 임하며, 담소(談笑)가 허락된다. 또한 상 공양 때에는 국수가 차려지는 경우가 많아, 별식인 국수를 먹는 스님들 입가에는 미소가 보인다.


  예부터 불가에서는 국수와 두부, 떡을 승소(僧笑)라 하였다. <옥담유고>에는 떡(餠)과 관련한 다음 내용이 실려 있다.


  “진귀한 음식 수없이 많지만 떡이 그 중 가장 좋네… 승려들 좋아서 웃을 뿐 아니라[不獨群僧笑] 모든 사람 맛보고 좋아하네.”


  한편 두부와 관련해, 조선 영.정조 이래 능(陵)에 두부를 공급하는 조포사(造泡寺)가 설치되며, 닭국에 두부를 익혀 먹는 유생들의 연포회(軟泡會)가 사찰에서 행해진 기록은 별식으로서 두부의 존재를 말해준다. 또한 <옥담유고> 밀[小麥] 항목에 “희게 찧으면 승소(僧笑)가 되고 노랗게 찌면 객담(客談)이 된다” 하는 바, 승소란 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객담이란 누룩을 뜻함을 알 수 있다.


  <어우야담>에는 승소와 객담에 얽힌 이야기가 전한다. 목은 이색(李穡)이 중국 과거에 합격한 후 어느 절에 들렀다. 스님이 떡과 함께 “승소를 적게 내니 승(僧)의 웃음 적어라[僧笑小來僧笑小]”는 구절을 내놓으며 대구(對句)를 청하였다. 이후 이색이 유람 중 한 사람이 술을 들고 오기에 무엇이냐 물었더니 객담이라 하였다. 이에 이색은 “객담이 많이 오니 객의 담소 많구나[客談多至客談多]”란 대구를 지었다는 것이다.


  승소와 객담은 대구가 되는 말이다. 희게 찧으면 승소요, 노랗게 찌면 객담이 된다. 그러나 승소의 미소는 용납될 뿐, 객담의 취기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불교신문 2817호/ 5월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