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송광사 일산분원 원각사(주지 정각스님)에서 열린 혜민스님(미국 햄프셔대 교수) 초청법회에는 대중적 인기를 반영하듯 1000여명 인파가 몰려 추위에 아랑곳 하지 않고 법당 창문을 모두 열어 창틀 넘어 가득 찬 인파 속에 진행됐다.

  12월16일 원각사 식사동 법당에서의 ‘왜 멈추라고 말하는지 세 가지 방법’을 말한 혜민스님은 “쉬는 순간 비웠을 때 지혜로움이 올라온다” “힘들어도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남을 이해하듯이 나를 이해해야 한다” 등을 말하고,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멈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시간 동안 법문 후에 질의응답도 곁들여 법회를 청춘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한 혜민스님은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 뽑은 ‘올해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베스트셀러 1위 기록 행진 중이다. 법문은 <불교신문> 팟캐스트로 들을 수 있다.

 

 

 

 

 
 

 ‘왜 자꾸 멈추라고 하나’라고 되물어오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일상이 바쁜데 멈추라니. 오늘 여러분께 3가지 이유를 말하려 한다.

 

얼마 전 프로야구선수 박찬호와 이틀간 여행을 같이했다. 박찬호 선수도 내 책을 읽었다고 했다. 박 선수 얘기로는 스님께서 왜 멈추라했는지 안다고 했다.

 

박 선수는 자기가 마운드에 서서 던질 때 마음이 멈춰지지 않으면 볼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잘 던져지지 않은 경우를 말했다. 잘 던져 기록을 세우고 나서 내일도 좋은 기록 세워야 하는 걱정을 하거나 연습할 때 몸 푸는 과정에서 구경하는 사람이 많아서 사진을 찍으려하던가 사인해달라고 해서 연습에 집중이 안돼서 다른 사람의 생각과 기대가 내 마음 속에 들어와 버리면 경기가 잘 안풀리는 경험담을 얘기했다.

 

그는 ‘그전에 얼마나 잘 던졌었던가는 잊어야 잘 던져진다’고 했다. 만일 홈런을 맞았던 선수를 다시 만났을 때는 ‘또 홈런을 칠 것’이라는 망상에 스스로 빠져들면 투구가 잘 안된다고 말했다.

 

많은 일을 하면서 지혜롭게 생각한다고 무조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온전히 일을 하려면 생각을 잠시 멈추고 마음이 온전히 있어야 한다. 하는 일 자체가 온전해야 되는 것이지 생각으로 계산하고 조정해서 온전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아는 것도 쉴 때 나온다. 쉬는 순간에 비웠을 때 지혜로움이 올라온다.

 

두 번째로는 이런 질문을 잘 받는다. ‘스님 제 주변에 미운 사람이 있어 가슴이 아프다’는 말이다. 어떻게 해야 마음이 편안해지나. 결혼을 했는데 사랑스런 아내도 시간이 지나면 미워질 수 있다. 아내 남편 부모 친정식구 모두 다, 누군가가 미워진다.

 

그런데 미워하면 내 마음이 불편하다. 미국에서 50세 정도 교포가 ‘살면서 엄마와의 관계가 힘들었다’고 고민해왔던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도대체 ‘엄마가 사랑을 나에게 못줬다’는 생각이 왜 나왔을까. 그 사람 말이, 엄마에 대한 생각이 세살 때 밖에서 놀다들어왔는데, 목욕하라고 재촉해 미지근한 물에 그냥 들어가 억지로 찬물로 씻는 상황에서도 엄마가 살펴보지 않았다는 서운함이 가슴에 간직된 것이다. 차가운 물에서 버려진 느낌이 마음 속 깊이 ‘자기생각밖에 안하는 엄마’로 인식돼 버렸고, ‘엄마를 사랑하지만 싫은 존재’로 평생을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정말로 원하는 것 못하면

행복할 수 없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멈추는 것


그런 친어머니가 암에 결려 간병이 필요할 때 형제 중에 자기만 할 수밖에 없어 엄마에 대한 좋지 못한 감정과 사랑의 감정이 겹쳐졌다. 목욕 시키는 엄마에게 옛날 생각에 부담스러웠지만, 뜨거운 목욕물에서 어머니를 스펀지로 천천히 닦아줄 때 엄마가 울기 시작했고, ‘딸아 내가 태어나서 누군가 나를 목욕시켜준 적이 한번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 엄마는 방치돼서 사랑을 못 받았던 것이다. 그렇게 엄마의 슬픔과 외로움을 이해하게 되니 엄마가 미워지지 않았다. 힘들어도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일단 이해해버리면 나를 힘들게 하던 것이 더 이상 힘들지 않는다.

 

세 번째로 TV프로 ‘승승장구’ 개그콘서트 얘기를 하자. 고민상담한 사람 중에 시골사람으로 어수룩하게 나오는 개그맨 출연자가 고민을 얘기해 들은 적이 있다. 그의 고민은 자동차에 너무 집착하고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비싼 고급차 외제차에 더 좋은 차를 자꾸만 사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는 미혼이라 다행이다.

 

이야기해보니 시골에서 올라와 서울 생활을 하면서 도시의 세련된 상징이 차였다. 그분이 외제차에 집착한 것은 본인이 세련되지 않아서 ‘시골스럽다 촌놈이다’라는 인식을 가리고 싶은 마음에 차로 이를 가렸다. 저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내가 괴롭지 않고, 그 다음부터는 시간이 지나면 풀린다.

 

나도 시골에서 살아서 열등감이 있다. 친구에게 보여주기 싫었던 어렸을 적의 열등감이 많아서 지금도 초대를 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 친구를 초대한 적이 없다. 그런 어린 시절 나이키 신발이 갖고 싶었고, 사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명품백에 집착하는 것을 보지 말고, 왜 그것에 집착하는지 깊은 곳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하기가 싫어지는 대상이 있다. 이해 자체가 하기 싫어지는 경우도 있어 아주 싫은 직장선배를 보자. 그럴 경우, 먼저 나를 봐야한다. 내 스스로를 보면, 그렇게 스스로 싫은 점이 놀랍게 바로 내 안에 있다. 내 안에서 싫어진 감정이 있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

 

내 경우엔 충청도 출신이라 은근하고, 다른 사람이 속을 모른다고 지적하는 경우가 있었다. 미국 대학에서 졸업 후 취업 졸업생이 찾아와 만나는 경우 다양한 경험을 한다.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린 경우도 있지만, 한 여학생의 경우 학생이 더 바쁘다고 교수보고 면회 일정을 조정하라고 한 어이없는 경우가 있다. 사실 나는 그 학생을 그전부터 좋지않게 보아온 감정이 있었다. 내 안의 결점을 그 학생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잘 드러내지 않는 나의 단점이 그 학생에게서 그대로 보인 것이다. 내 안의 결점 때문에 그 학생이 더 밉게 보인다.

 

심리학에서 볼 때도 얘기할 수 없어 억누르고 있는 행위에 익숙해지고 이를 계속 부정하다보면, 나에게는 없는데 온 세상은 다 그런 걸로 가득한 걸로 보이는 것이다. 세상의 일반 심리는 결점을 인정하기 싫어 밖으로 투영되는 것이다. 내 것이란 걸 잊어버리려는 속성을 벗어버리려면 어떤 일 때문에 그런지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한다.

 

남을 이해하듯이 나를 이해해야 한다. 스스로 자신을 깊게 이해하면 이를 인정하게 된다. 결코 완벽한 사람은 없다. 변화하고 싶으면 내가 인정하기 싫었던 것을 인정하고 그러고 나면 자유로워진다. 우선 싫은 점이 나에게 있는 것으로 보고, 이것을 이해하려고 하면서 인정하면 변화할 수 있다.

 

   
지난 12월16일 고양시 원각사에서 열린 혜민스님 초청법회에 1000여명 인파가 몰려 법당 안팎을 가득 채웠다. 혜민스님이 법회 말미에 질의자와 일문일답을 주고받았다.

 

마지막으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보자. 내가 나를 사랑하기 시작하면 세상도 나를 사랑하기 시작한다. 긍정의 힘은 자기 존중이며, 자신이 주인공이란 얘기다. 우리는 내안에 너무 많은 말이 들어와 있음을 본다.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보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와 달리, 주변 사람들의 말이 내 안에 너무 많이 들어와 있다. ‘어떻게 남들이 생각할까’하는 평가와 기대에서 비쳐지고 보여질 모습들로 걱정하면서 살아간다.

 

내가 스스로 행복할 수 있다. 정말로 원하는 것을 못하면 행복할 수 없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멈추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시간을 내어서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아침에 기도를 하든지 108배나 참선, 혹은 경전 읽기 등으로 고요하게 시간을 보내거나 혼자 운동하거나 산책하면서 내 스스로가 가슴속에서 하는 이야기를 한번 들어봐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과 남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중심에 서서 줏대를 갖추고 밀고 나갈 때 그게 행복이다. 나에게 ‘스님 법정스님이나 성철스님처럼 되세요’라고 말하는데 나는 혜민스님이고 싶다. 스스로의 근기를 알고, 비교하면서 열등감에 빠지지 말고, 자신만의 고유한 빛깔이 있어 그 빛깔로 세상을 밝히면 된다고 얘기하라.

 

열등감을 들여다보면, 열등감이 어렸을 때 누군가가 본인 스스로 열등감에 쌓인 사람이 그냥 툭툭 던진 얘기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말로써 상처 받은 것은 말로 상쇄해야 한다.

 

나 자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다. ‘나라면 할 수 있어’ ‘나만의 빛깔로 세상을 밝힐 것이야’ 자꾸 이런 식으로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야 열등감을 극복할 수 있다.

 

‘눈치가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눈치 키우는 방법은 없는가’란 질문에 답하겠다. 서운함이 쌓여 어느 정도 선을 넘으면 폭발하게 되는 이치를 보자. 폭발 직전에 서운함을 말로 먼저 얘기해야 한다. 일부러 서운함을 키우려고 아침부터 집에서 나오는 사람은 없다. 잘 몰라서 그렇게 된 일에 내가 먼저 잘못을 일러주는 것이 눈치 키우는 방법이다.  

 

[불교신문 2877호/ 1월1일자]